'엄마표 독토논' 출간한 동화작가 조성자 "이 책 어땠니?" - 단순 질문 NO! "주인공 심정이 어땠을까?" - 구체적인 질문 YES!
독서와 글쓰기는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 중 하나다. 그러나 거실을 서재로 바꿔 책을 쌓아두고, 독서토론이나 글쓰기 학원에 보내는 등 갖가지 방법을 써 봐도 별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아이가 책을 싫어하고 글쓰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대체 왜 그럴까? 25년간 아이들에게 독서토론과 글쓰기 교육을 해온 동화작가 조성자('엄마표 독토논' 저자)씨로부터 올바른 독서토론·글쓰기 교육 비결을 들어봤다.
◆아이뿐 아니라 엄마도 독서노트를 써라
동화작가 조성자./장은주 객원기자
조 작가는 25년 전 '글쓰기를 지도해 달라'는 주변 엄마들의 요청으로 동네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글쓰기 지도에 앞서 시작한 것은 독서와 토론이었다. 글을 쓰는 힘은 '독서'를 통해 길러지기 때문이다. 조 작가는 "독서와 토론, 글쓰기는 하나이다. 독서의 효과는 단순히 책을 읽는 데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쓸 때 비로소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말(토론)을 시켜보지 않으면, 아이가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어요. 엄마가 우선 책을 충실하게 읽고 감동 받았던 부분, 인상 깊은 장면 등을 골라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요. 이때 아이가 독서토론을 '공부'로 여기지 않도록 좋아하는 간식을 먹는 등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등생이라면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시간을 갖는 것이 좋아요. 독서토론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정서를 다독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엄마들은 독서를 시키면서도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몰라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힌 다음 내용을 꼬치꼬치 캐묻기도 한다. 그러나 조 작가는 "책 내용을 단답식으로 묻는 것은 가장 나쁜 방법이다. 특히 엄마가 그 책을 읽지 않고 묻는 경우는 더욱 나쁘다"고 지적했다. 또 "이 책 어땠니?"라는 식의 두루뭉술한 질문도 피하는 것이 좋다. "장발장이 제일 힘들었을 때는 언제일까?"처럼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아이와 엄마가 같이 독서노트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에게만 독서노트를 권하지 말고, 엄마도 엄마만의 독서노트를 쓰세요. 책 제목과 분야, 지은이와 출판사를 쓰고,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쓰는 것이죠. 그리고 오늘은 아이가 얼마나 책을 읽었는지, 아이가 특히 좋아한 부분은 어디인지 등을 기록해두면 아이의 생각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독서교육을 할 것인지도 가늠할 수 있죠. 더불어 엄마의 글 쓰는 모습을 통해 아이도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독서토론이나 독서노트가 부담스럽다면, 쉽고 재미있게 글쓰기를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부엌 벽에 전지를 붙여두고 '오늘의 식사'에 대해 아이와 간단한 글을 써보는 것이다. '오늘의 계란말이는 병아리색이었어요'라는 식의 짧은 문장을 통해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글쓰기에도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
◆아이 글에 손대지 말고,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게 유도하라
자녀의 글쓰기에 대해 엄마들이 가장 많이 갖는 불만은 "아이의 글이 마음에 안 든다" "쓸 것이 없다고 투덜댄다" "늘 같은 얘기만 쓴다" 등이다. 이럴 때는 엄마가 뭔가를 지도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엄마가 지우개나 빨간펜으로 지워가며 손대는 것은 절대 금물. 엄마가 손을 대기 시작하면 아이 생각이 사라지고, 글쓰기 자체를 엄마에게 의지하게 된다. 조 작가는 "절대 혼을 내지 말고, 무엇이든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먼저 칭찬하라"고 강조했다.
글 솜씨를 향상시키려면, 아이에게 글감을 찾고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반복되는 일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예를 들어 '학교'라는 글감으로 쓴다면, 학교에 있는 사람 이야기를 쓸 것인지, 사물 이야기를 쓸 것인지,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 이야기를 쓸 것인지 좀 더 자세히 분류하도록 이끈다.
"아이가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만약 '오늘 학교 급식은 맛이 없었다'라고 짧은 문장을 썼다면, '어머, 그랬어?'라고 일단 공감해준 다음, '어떤 음식이 그렇게 맛이 없었어?' '어떻게 맛이 없었니? 너무 짰어?' '그럼 너는 어떤 음식이 좋아?'라는 식으로 질문하며 생각을 구체화하도록 유도하세요. 아이의 대답을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긴 글을 쓸 수 있죠. 또 생각을 구체화하다 보면, 아이는 일상이 똑같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고, 다양한 내용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조선일보 |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http://edu.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0/04/20101004005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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