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소개팅에 코 빠뜨리는 주선자의 4가지 유형

조회 1968 | 2015-02-0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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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자가 망친 소개팅 천태만상"
 
 
예로부터 ‘중매는 잘 서면 술이 석 잔, 못 서면 뺨이 석대’ 라는 말이 있습니다. 외로운 솔로들 옆구리에 아무나 찔러 보았다가는 바짝 약 오른 솔로들의 살 떨리는 응징이 기다릴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악의 소개팅은 따로 있습니다. 상대로 폭탄이 나온 경우보다 다섯 배쯤 억울하고, 여섯 배쯤 배신감 들고, 일곱 배쯤 괘씸한 경우! 주선자가 뜻밖의 영향력을 펼치게 되는 경우입니다. 소개팅 장본인들이 밤잠 설쳐가며 작성해둔 임기응변 리스트에는 감히 끼지도 못 할, 숨은 복병이지요.

 

그만큼 주선자의 역할은 만남을 기획하고 대면을 성사 시킨 이후에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아래 나열 될 몇 가지 경우들은 누군가에게 굉장히 낯설게 들리기도 할 거고, 누군가에게 은근한 반성의 계기가 될 지도 혹은 쓰린 옛 추억을 떠올릴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녀의 손가락에 붉은 실을 묶어 부부의 인연을 맺고 다닌다는 월하노인의 전설이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월하노인도, 인연을 점지해주기는 하지만 절대로 그들 사이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직업윤리(!)가 있더라는 것입니다. 


 
 


"솔로탈출 시켜준다더니, 너만 없으면 될 것 같다"

 


1. 저 죽일 놈의 입방정!

 

사실상 이제 처음 만남 남녀가 나눌 이야기는 뻔 합니다. 가깝게는 기상현상부터 멀게 가봤자 취미생활 이야기 정도가 될 겁니다. 어색합니다. 당연합니다. 텐미닛을 외치는 섹시스타가 아니고서야, 만난 지 몇 분 지나지 않은 남녀는 어색한 게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어색함에 자연스러움이 깃들기까지의 모든 황망함은 당사자 두 사람의 몫입니다. 그럼에도 잠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주선자가, 묵직하기 짝이 없는 들숨과 날숨을 못 견디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리하여 딱 그 정도의 뿌듯함을 안고 고이고이 귀가하면 해결되는 일일진데, 해결사 노릇을 해준답시고 나섭니다. 제 한 몸 불살라 분위기 좀 띄워놓고 가겠다는 기특한 목표의식은 고맙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분위기를 띄운답시고 소개팅 당사자와의 친분을 이용한 폭로전을 시작합니다. 함께 골목골목을 주름 잡던 과거지사 이야기부터 추악하고 굴욕적인 에피소드까지. 웃음을 유발하는 농담과 망신을 주는 폭로의 분명한 경계를 무너뜨려버리는 것입니다. 긴장해서 얼어있는 것을 보고는 내숭 떤다고 하질 않나, 조신하게 굴어보려 했더니 원래 이런 애가 아니라고 깔깔. 물릴 재갈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순간입니다.

 

 

2. 내가 댁의 아바타?

 

이것은 가장 흔한 경우로, 친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발생하는 일입니다. 너와 나, 그리고 저 소개팅 상대가 삼위일체로 맺어져 연애하자는 것도 아닌데 주선자가 자신의 소개팅처럼 먼저 들떠 버리는 것입니다. 한번도 연애를 해보지 못한 천연기념물이나 첫 소개팅일 경우, 혹은 이성 보기를 돌 같이 하는 철벽남녀일 경우에 이 같은 경우가 발생합니다. 친구의 연애사업에 본인이 세운 공로를 생각하니, 벅차오르기 때문입니다. 주선자가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소개팅인 것도 알고, 죽기살기로 솔로탈출에 도모해 주는 것이 고마워 싫은 내색은 할 수 없습니다. 주선자는 머릿속에서 두 사람을 놓고 연애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실행시켜 보는 과정으로 묘한 희열을 느낍니다. 그리고 벌써 성사되기라도 한 것처럼 들 떠 온갖 기대감을 불어넣습니다. 아직 만나보기도 전에 잘 되면 한 턱 크게 쏴야 할 거라는 둥, 둘이 사귀게 되면 커플 데이트를 해도 좋을 거라는 둥의 구체적인 계획을 늘어놓으며 행복해하지만 그것은 주선자의 행복일 뿐. 당사자의 마음에는 ‘헛’바람만 들어갑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므로, 주선자의 호들갑과 소개팅의 성공률은 반비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3. 여기가 사랑의 스튜디오는 아니잖아요

 

주로 여자친구들로 이루어진 친교집단 사이에는 미모 라이벌이 있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평소, 그들의 ‘외모는 내가 낫지’ 마인드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도 한 쪽이 그럴듯한 이성을 만나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처음엔 정말 위하는 마음으로 괜찮은 남자가 있길래 소개팅을 마련했는데, 괜시리 못 먹는 감 찔러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평상시에는 눈에 차지도 않던 남자를 친구에게 소개를 시켜주고 보니 급작스레 훈남으로 보이는, 알 수 없는 착시현상이지요. 주선자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매력을 펼쳐놓습니다. 그것이 꼭 친구의 소개팅에 파를 치겠다는 의도가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결혼식장에 갈 때에는 지나치게 화려한 순백색 옷은 입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가장 돋보이고 아름다워야 할 신부보다 더 눈에 띄면 실례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순리로 소개팅 역시 당사자를 돋보이게 하고 주선자는 흑색배경이 되었다가 자리를 떠주는 것이 맞습니다. (아예 당사자들끼리만 만나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임은 두말 하면 잔소리!) 주선자가 자리에 뭉개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당사자들 사이에는 어정쩡한 우정 나부랭이만 쌓일 것입니다. 주선자의 각종 월권 중에서 가장 눈살 찌푸려지는 상황입니다. 소개를 시켜주려는 것인지, 매력 대결을 펼치겠다는 것인지 모를 상황이지요. 
 


4. 물가에 내 놓은 자식 걱정?

 

걱정이 되는 마음이야 알다마다요. 궁금해 미치고 팔짝 뛰겠는 마음도 십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5분에 한 번씩 걸려오는 주선자의 전화와 문자. 이야기를 좀 깊게 나가보려 해도 산통을 깨놓는 핸드폰 벨소리가 안 그래도 어색한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을 보탭니다. 핸드폰 전원을 꺼두고 연락을 무시하자니 그래도 주선자가 마련해준 자리인지라, 배은망덕해지는 느낌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련히 만남이 끝나면 제일 먼저 연락해서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을 텐데 말이에요. 두 사람은 마주앉아있을 뿐이지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소개팅 주선자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일본애니매이션 <슬램덩크>에 레이업 슛에 대한 기막힌 한 마디가 나오죠.


'공을 링 위에, 놓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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