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짜리 새가구 눈 따갑고 가려움증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정부, 유해물질 규제해 국민건강 지켜야"
우리는 국민소득에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을까.
소득이 높아지면 주택이나 자동차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문방구 의복처럼 일상에서 쓰는 사소한 용품까지도 품질이 고급화되고 좋아진다. 이는 선진국에 진입한 모든 나라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은 1인당 명목소득이 2만달러를 넘었고, 구매력 기준으로는 3만달러에 육박한다.
하지만 의복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구만은 유독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과거보다 디자인이 예뻐지고 컬러가 다양해지긴 했지만 품질은 소득 수천 달러 시대인 1980년대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아토피와 암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같은 유해물질이 방출되는 줄 알면서도 생산자는 해마다 그런 가구를 만들고
있고 소비자는 안 사 쓸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초등생 둘을 키운다는 어느 주부는 며칠 전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와 수백만 원을 들여 새 가구를 들여 놨는데 이튿날부터 눈이 따갑고 아이들이 피가 나도록 긁어대는 통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반 가구의 재료는 PB나 MDF로 불리는 합판이다.
원목 또는 폐목재를 톱밥 모양으로 갈아서 본드로 버무린 다음 시루떡처럼 납작하게 눌러 쪄내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이걸 용도별로 자르고 그 위에 종이처럼 얇게 뜬 무늬목을 발라서 원목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생나무로 된 '원목'가구는 국내에 없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합판 생산과정에서 나뭇가루를 뭉치게 하는 본드다.
본드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따라 가구를 E0, E1, E2로 나누는데 국내 업체들은 대체로 "E1을 쓴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 주장이고 실제로는 최하등급인 E2가 많다. 선진국은 E1 이상을 쓰도록 엄격히 규제한다.
일본은 아예 E0를 쓰도록 하고 있지만 좀 사는 집은 청정 레벨인 '슈퍼이제로(SE0)' 가구를 쓴다.
그럼 왜 우리는 에미션(emission) 제로인 E0를 못 만들까.
먼저 E0 이상을 만들려면 버무리는 본드 값이 몇 배로 비싸진다.
둘째는 가구산업의 영세성과 닿는다. 전자제품이나 가구나 실내에 들여놓는다는 점은 같지만 전자업체 매출이 수조원인 것과 달리 가구업체는 1위 기업이래야 고작 5000억원 안팎이다. 가구업체로서는 소득 분포상 수요가 가장 많은 중산층과 그 이하 계층에 맞춰서 대량 생산해야 타산이 맞는다. 전자업체처럼 소신 있게 최고급품을 만들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외국에 수출이라도 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 품질은 지키면서 가격은 싸질 텐데 전반적인 수준이 거기에는 못 미친다.
물론 영세성을 핑계댈 수만은 없고 가구업체들의 양심불량도 한몫한다. 그들이 등급 표시만이라도 정직하게 해주면 소비자는 각자 형편대로 안심하고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가구에는 선진국처럼 E0인지 E1인지를 나타내는 등급표시가 아예 없다. 고객이 물어보면 "E0다, E1이다" 하며 판매점 내키는 대로 대답한다. E0라고 해서 들여놓은 책상도 몇 달간 눈이 따갑고 냄새가 나니 엉터리다.
새 아파트에 붙박이로 들어가는 가구도 마찬가치다. 건설업체의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거치는 과정에 알맹이가 다 빠진 가구는 간신히 원가를 맞추는 수준이라 좋은 자재를 쓸 수가 없다. 가구업계에 도는 얘기로는 최상위 건설업체인 S사 정도만 E0를 쓴다고 한다. 툭 하면 10억원씩 하는 아파트도 알고 보면 콘크리트 덩어리에 냄새나는 합판가구로 치장된, 어처구니 없는 상품인 셈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정부 역할이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진작에 엄격한 규정을 뒀어야 했다.
까다로운 규정을 만족 못하는 업체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 그 자리를 외국제품이 먹는 상황이 지속되면 제대로 만들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업체가 비집고 들어올 것이다. 그것이 시장의 원리다.
매일경제 2010.10.28. [전호림 중소기업부장]
이런 것도 아세요? 가구 사실 때 친환경등급 보고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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